2013년 10월 3일 목요일

20131004 - 코스모스

20131004 - 코스모스

가을 운동회를 앞둔 어느 날엔가는 체육시간이 되면 키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청군과 백군으로 팀을 나눴습니다. 아침까지 함께 왔던 친구들이 선생님의 편가르기에 졸지에 상대편을 견제하는 관계로 바뀝니다. 계주, 응원, 핸드볼 등등 모든 경기들 마다 청군과 백군이 나뉘어서 연습하며 준비했었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운동회 연습과 준비로 깊어 갔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책보자기를 등쳐메고 집으로 가는 신작로에는 봄에 뿌리고 옮겨심은 코스모스들이 어느새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코스모스 향기 가득 담겨올 땐 유난히 하늘이 높고 바람이 상쾌했으며 마냥 달리고픈 맘도 생겨났었습니다. 한참을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그 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코스모스는 몇 가지로 우리에게 가을 운동회의 결과를 가늠케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먼저는 꽃을 따서 가위바위보로 하나씩 떼는 것을 통해서 가늠했고, 꽃 색깔을 통해서 백색과 나머지 분홍 이외의 색으로 청백을 나눠 많이 피는 색깔의 팀이 이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많은 꽃들을 다 셀 수 없었기에 눈에 보이는 대로 서로 자기네 꽃이 많다고 주장했지만 코스모스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으로 가는 신작로는 양편으로 갈려진 아이들이 평행선을 긋고 갑니다. 그런 논쟁은 운동회 당일 날 아침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당일엔 드디어 머리에 청백 띠가 둘려 있었기에 학교로 오는 길에 확연히 진영이 구분되고 코스모스 사이로 오는 아이들도 삼삼오오 청백이 갈려 결전의 각오를 다집니다.

운동장 한 켠에 세워진 점수 판에 학년 별 각종 경기 결과가 점수로 환산되어 게재 될 때마다 운동장 가득히 달린 만국기가 코스모스같이 펄럭이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도 함께 두근거렸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만세를 부르는 팀을 향해 박수를 쳐 주면서  모든 결과를 수용해야 했습니다. 코스모스로 가늠했던 모든 것들이 냉정하게 승부가 갈립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 뒤끝도 있지만 코스모스는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그네들이 함께 어우러지듯이 아이들도 어느새 청백에서 다시 하나로 모여 집으로 갑니다.
 
코스모스라는 속명의 어원은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질서', '조화'라는 의미입니다. 우주(宇宙)를 또 cosmos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질서 정연한 완전한 체계를 말하며, 역시 조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화를 이룬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아름답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보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혼돈이 떠올려지는데 어원이나 뜻은 질서와 조화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은 다시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여전히 우리 가운데 좌우와 진보의 대립이 운동회 확장판처럼 티격거립니다. 혼돈 가운데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들을 지나고 있습니다. 만국기 아래 경기하고 있지만 결국 우주 속 많은 나라 가운데 우리는 하나이기에 결국 그렇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권력자들의 농간에 휘둘려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인지 요원해 집니다. 어릴적 운동회를 통해서 배우고, 코스모스와 자연을 통해서 배운다면 지금 우리네 모습은 어린애 만도 못한 치기로 뒤끝 작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틀림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다름은 틀림이라 하지 않고 조화를 이뤄갈 때에만 코스모스와 우리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웃는사람 라종렬 목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칼럼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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