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3 - 축구에 담긴 세상
며칠 전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크로아티아를 초청해 A매치 평가전을 가졌다. 얼마 전 있었던 아이티전과의 찜찜한 경기 이후에 제대로 된 팀과의 평가전이라 내심 기대반 걱정반으로 본 경기였는데 보는 내내 오버랩되는 생각들이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축구가 축구로만 보이지 않고 지금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등 모든 분야의 모습들이 축구 하나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축구에 뭔 그런 세상이 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당일 축구에 우리네 정치와 민생의 답답한 모습들이 투영된 것들을 되짚어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공감되리라 생각된다.
침투해 오는 공격수를 제대로 대인마크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수비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발생하는 내외적인 경제적 사회적 공격에 대해 대책없이 손을 놓고 방관하는 우리네 모습이 먼저 보인다. 나아갈 길이 안보이니 백패스만 해대는 모습에서는 과거로 회기하는 것 같은 현실도 함께 보인다. 골기퍼 혼자 고군분투 해보지만 결정적인 문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원의 답답함은 허리의 역할을 하는 젊은이들의 무능함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끌려다녀야 하는 모습들, 그래서 정작 먼 미래를 보기보다 당장 눈앞의 좁은 취업문을 뚫어보려 안간힘만 쓰지만 전,후방의 협력 지원이 너무 멀어서 그나마 잡은 공을 뺏기기 일수다. 세상을 향해 힘쓰지 못하고 헛물만 켜는 중원의 발악은 오늘 어려운 취업 현장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최전선의 공격수들은 삶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이나 리더들의 모습이다. 결코 혼자서만 잘해서도 안되며 후방의 든든한 지원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데 가정도 민생도 후원도 불안하니 결정적일 때 불안한 디딤발로 시작된 킥 이후 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멀리 벗어나 허공을 가른다. 가화만사성이어야 하는데 뒤가 불안하니 나간들 힘을 제대로 발휘 하겠는가?
11명의 선수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생각해 보자면 전후좌우를 막론하고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신뢰와 공조가 아직은 서툴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이 승리와 골에 대한 압박까지 겹쳐져 제역할도 못하고 괜스레 몸과 맘이 무거워진다. 홍감독과 코치진의 심각한 얼굴에서도 축협의 관심이 권력과 돈과 학연 지연에 얽매여 실력으로 평가되어 정예멤버를 선발해 꾸릴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한 모습이 고군분투하면서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들로 함께 보인다.
동원된 관중은 많은데 평소 K리그나 자국리그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정작 A매치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는 모습은 너무도 이기적인 국민의 모습이 보인다. 거기다가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90분 내내 코치진과 선수 모두 아무도 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축구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들이 가슴 아팠다.
신바람 나는 일들이 그래도 스포츠에서라도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허나 이제 다가오는 추석에 고향에서 만난 친지들 오랫 벗들과 오손도손 모여 앉아 지나온 시간들을 감사하면서, 어느 시인이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 걸린다는 말을 기억하며 차오르는 한가위 그 보름달 보며 우리도 함께 웃을 날들을 오래 인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충전과 쉼의 시간들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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